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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아밀라제

제3장

아밀라제

아밀라제라는 이름은 이상하게 오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아밀라아제라고도 하고 아밀라제라고도 해서 더 그랬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아밀라제라는 이름은 이상하게 오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아밀라아제라고도 하고 아밀라제라고도 해서 더 그랬습니다. 저는 한동안 아내에게 “그 아로 시작하는 수치”라고 불렀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원래 멀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옆에 제 검사 결과가 적히면 갑자기 친척보다 가까워집니다.

추가 검사에서도 확인할 항목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아밀라제뿐 아니라 리파아제와 다른 검사들을 함께 설명했습니다. 저는 우선 이름을 다 받아 적었습니다. 받아 적는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 적지 않으면 이해할 기회도 놓칠 것 같았습니다.

“아밀라제가 높으면 췌장염인 거죠?”

제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증상과 다른 검사, 영상 결과를 같이 봅니다.”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숫자 하나가 답이면 간단할 줄 알았습니다. 회사에서는 복잡한 것을 싫어하면서 몸에 대해서는 간단한 답을 너무 쉽게 기대했습니다.

의사는 제가 전에 불편했던 때를 다시 물었습니다. 통증의 위치와 지속 시간, 식사와의 관계를 물었습니다. 저는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얼마나 자주였습니까?”

“가끔이었습니다.”

“가끔이라는 게 어느 정도일까요?”

저는 가끔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그날 알았습니다. 몸이 보낸 우편물을 대충 읽고 버린 사람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오래된 일정표를 봤습니다. 외식을 취소한 날, 소화제를 샀던 날, 회식에서 먼저 돌아온 날이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기억나는 만큼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날의 불편함을 모두 췌장 때문이라고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의 일을 새 병명으로 전부 칠해 버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제 메모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보고해 줬으면 좋았겠다.”

“뭘?”

“아프면 아프다고.”

저는 아프다는 말을 하면 일이 커질까 봐 안 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래서 지금 작아졌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잘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다.

검사 전까지 저는 제 몸을 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가 뻐근하면 무엇 때문인지 대충 짐작했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 경험이 지식인 줄 알았습니다.

그날부터는 조금 다르게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디가, 언제부터, 얼마나. 겁을 키우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덜 막히기 위한 기록입니다.

프로그램 장애를 접수할 때 제가 늘 묻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 평소와 다른 것은 무엇인지. 저는 사용자에게는 자세히 적어 달라고 하면서 정작 제 몸의 기록은 ‘가끔 이상함’ 한 줄로 끝내고 있었습니다.

아밀라제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보다, 그 숫자 하나로 제 미래를 단정하는 것이 더 큰 실수라는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저는 메모 맨 아래에 질문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다음 검사에서 무엇을 확인하는 것입니까?’

처음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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