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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긴 터널

제4장

긴 터널

MRI 검사를 앞두고 저는 아주 사소한 걱정을 했습니다. 검사 중에 배에서 소리가 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입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MRI 검사를 앞두고 저는 아주 사소한 걱정을 했습니다. 검사 중에 배에서 소리가 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입니다. 췌장을 보러 가는 사람이 끝까지 체면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준비 사항을 알려 줬습니다. 저는 안내받은 대로 준비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검사 방법을 제 검사에 덧씌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검사마다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던 때입니다.

금속 물건을 빼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시계와 허리띠를 내려놓으니 주머니 속에서 늘 저를 증명하던 물건들이 사라졌습니다. 회사에서는 제 직급이 먼저였지만 여기서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한 뒤 누워야 했습니다.

검사실 기계는 크고 단단해 보였습니다. 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직원은 예상 시간을 알려 주고, 중간에 어떻게 안내할지 설명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궁금한 것을 한 번 더 물어도 된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회사 회의에서는 같은 말을 두 번 들으면 눈치가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검사가 시작되자 소리가 났습니다. 생각했던 소리보다 현실적인 소리였습니다. 웅장한 음악이 아니라 누군가 철판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소리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를 들으니 갑자기 코가 간지러웠습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던 코가 그날만큼은 대표이사처럼 굴었습니다. 저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동안 췌장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위치도 대략 알고 있었고 역할은 학교에서 배운 단어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그 장기를 찍기 위해 이렇게 큰 기계와 여러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 몸 안에도 제가 잘 모르는 현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현장의 사장이면서 업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 같았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직원에게 수고하셨다고 했습니다. 정작 저는 누워 있었는데 같이 어려운 일을 마친 기분이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땠어?”

“시끄러웠어.”

“결과 말고 검사.”

“검사도.”

우리는 잠깐 웃었습니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걱정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걱정하는 중에도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어서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내가 결과 나오는 날을 달력에 넣었습니다. 저는 괜히 말했습니다.

“이번엔 내가 알아서 적었는데.”

“그럼 둘 다 적으면 되지.”

예전 같으면 저를 못 믿느냐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날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 둘이 잊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었습니다.

기계 안의 긴 터널은 끝났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터널은 조금 더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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