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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병원 양말

제20장

병원 양말

입원 가방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모였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입원 가방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모였습니다.

아내가 챙겨 온 양말, 충전기, 안경집, 작은 수건. 저는 출장을 갈 때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준 적이 없었습니다. 제 출장 가방은 제가 대충 싸고, 빠뜨린 것은 현장에서 후회하면 됐습니다.

병원에서는 후회의 규모가 조금 달랐습니다. 충전선이 짧으면 자세를 바꾸기 어려웠고, 안경이 멀리 있으면 호출 화면이 잘 안 보였습니다. 사소한 물건이 갑자기 생활의 기반이 됐습니다.

치료는 의료진의 설명에 맞춰 이어졌습니다. 통증을 조절하고 수분과 영양 상태를 살폈습니다. 언제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일지는 제 경과에 따라 정했습니다. 저는 인터넷에서 본 금식 기간을 제 몸에 임의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통증이 덜해지자 저는 벌써 퇴원 날짜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어제는 병원에 오기 싫었고 오늘은 병원에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환자의 욕망은 일관되게 집을 향했습니다.

의사는 상태를 더 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이제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병실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갔습니다. 회사에서는 삼십 분이 금방 사라졌는데 여기서는 창밖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시계보다 링거가 더 성실하게 시간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가 취소했습니다. 상태가 괜찮아지자 회사 저장소에 접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코드가 궁금한 것인지, 제가 없어도 일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배 과장이 처리 상황을 짧게 보내 줬고 저는 확인했다는 답만 보냈습니다. 복구해야 할 것은 우선 이쪽 침대 위에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자주 했습니다. 아내는 처음 몇 번은 괜찮다고 했고 나중에는 부탁할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도 힘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탁했습니다.

“양말 한 켤레만 더 가져다줘.”

아내는 그 정도는 쉽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덜 미안하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경수 선배에게도 연락했습니다. 선배는 제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치료받고 있는지, 필요한 것을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쉬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잠깐 울컥했습니다. 자기 관리라는 말이 어느 순간 혼자 책임지라는 말처럼 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몸이 아프다고 늘 제가 나쁜 생활을 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그래도 달라진 상태는 치료받아야 했습니다. 담당 의료진은 원인과 경과를 다시 살폈습니다. 저는 식사 기록을 반성문처럼 내지 않고 자료로 보여 줬습니다.

며칠 동안의 치료와 관찰 뒤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도 다시 조정했습니다. 퇴원 준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양말을 가방에 넣으며 입원 첫날을 떠올렸습니다. 병원에 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힘이 들었습니다. 막상 와 보니 여기에는 저 혼자 해야 할 일보다 함께 할 일이 많았습니다.

가방 지퍼를 닫기 전 양말 한 켤레를 다시 꺼냈습니다. 다음 날 신을 것을 남겨 두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는 내일의 저를 조금 덜 곤란하게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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