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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다른 통증

제19장

다른 통증

그날 저녁 저는 소화제를 찾으려다가 멈췄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그날 저녁 저는 소화제를 찾으려다가 멈췄습니다.

윗배가 아팠습니다. 예전에 대충 지나갔던 불편함과는 달랐습니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심해졌고 구토까지 했습니다. 저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오늘 무엇을 먹었지. 최근에 잘못한 게 있었나.

아내는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진료 때 이런 경우 어떻게 하라고 했어?”

저는 냉장고 옆에 붙여 둔 안내를 봤습니다. 심해지는 통증과 구토 같은 증상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진료받으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식단 일기를 심문할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혼자 운전해서 버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에게 췌장 질환과 당뇨 치료 중이라는 사실, 먹는 약과 증상이 시작된 때를 알렸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아픈 곳과 시간을 설명했습니다. 췌장염이 있으니 무조건 그것 때문이라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성 췌장염으로 진료를 받아 왔다는 사실도 다시 설명했습니다. 만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새로운 통증까지 익숙한 것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래 운영한 프로그램에서도 새 오류는 따로 확인했습니다. 제 몸에도 그 정도의 구분은 필요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저는 자꾸 최근 식사를 떠올렸습니다.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자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변명부터 준비했습니다.

의사는 검사를 하고 상태를 확인한 뒤 염증 악화를 치료하며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입원이라는 말을 듣고 눈을 감았습니다. 내일 회의가 떠올랐습니다. 그다음에 딸의 준비물이 떠올랐습니다. 제 머릿속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조금 엉망이었습니다.

아내가 회사에 먼저 알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팀에 연락했습니다. 업무 자료 위치와 급한 일을 짧게 전달했습니다. 길게 설명하려 하자 동료가 말했습니다.

“일단 치료받으세요. 필요한 건 물어볼게요.”

저는 그 말을 두 번 들었습니다. 첫 번째에는 업무가 걱정돼서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의료진은 지금은 운동으로 해결할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치료와 몸 상태에 맞춰 먹고 움직이는 계획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저는 운동 기록 앱을 껐습니다.

췌장과 싸우겠다고 말한 뒤 저는 자꾸 더 참는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야식을 참고, 귀찮음을 참고, 걱정을 참았습니다. 그런데 통증까지 참는 것은 같은 종류의 성실함이 아니었습니다.

병실로 올라가기 전 아내가 제 손을 잡았습니다.

“잘 온 거야.”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무 호들갑이었던 것은 아닌지 아직 묻고 싶었지만, 몸은 이미 그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무엇을 이겨 냈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일 아닌 척 집에서 버티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도 제게는 처음 해 보는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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