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빈 술잔
저는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대개 자기보다 많이 마시는 사람입니다. 제 주변에는 기준으로 삼기 좋은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 덕분에 오랫동안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진료에서는 남의 주량을 묻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엇을 얼마나 마시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비교 대상을 잃었습니다.
의료진은 제 췌장 상태에서 금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술을 계속 마셔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담배도 확인했습니다. 저는 피우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괜히 한 가지는 통과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의사는 통과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안 피운다고 다른 관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건강은 한 과목 만점으로 나머지를 면제받는 시험이 아니었습니다.
첫 회식에서 저는 빈 잔을 앞에 놓았습니다.
“오늘 차 가져왔어?”
선배가 물었습니다.
“아니요. 치료 때문에 술 안 마십니다.”
입 밖에 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대단한 고백도 아닌데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습니다.
한 사람이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웃으며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잠깐 어색해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잔을 돌렸습니다. 제가 무너질 만큼 큰 대결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안에서 회의가 길었습니다. 분위기를 망쳤나. 너무 심각하게 말했나.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할걸. 저는 술을 안 마신 것보다 술을 안 마신 사람으로 보이는 일을 더 걱정했습니다.
배 과장이 제 잔에 물을 따라 줬습니다.
“난 내일 일찍 운전해야 해서 안 마셔. 같이 물 마시자.”
그날 저는 배 과장의 아침 일정이 고마웠습니다. 누군가와 같아지면 다른 사람이 되는 부담이 줄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걸어 나오는데 속이 가벼웠습니다. 저는 이 기분을 과장해서 건강해졌다고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날 아침을 걱정할 이유 하나가 줄었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안 마셨어.”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잘했네.”
저는 잠깐 기다렸습니다. 조금 더 큰 칭찬을 기대했습니다. 아내는 제 표정을 보고 웃었습니다.
“풍선이라도 달아 줄까?”
저도 웃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매번 시상식을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몇 번은 박수가 조금 필요했습니다.
그날 빈 술잔은 제게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도 들었고 웃기도 했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술자리에서 사라져야 할 것은 제가 아니라, 거절하면 미안해야 한다는 이상한 습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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