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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십 분의 반란

제10장

십 분의 반란

처음에는 짧게 걷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처음에는 짧게 걷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운동을 하러 나갔다고 말했는데 금방 돌아오면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누구에게 성의를 보여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췌장이 현관에서 출석부를 들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회사 동료가 물었습니다.

“요즘 운동한다며. 얼마나 걸어?”

저는 잠깐 망설였습니다. 실제보다 조금 길게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습니다. 운동 시간에는 이상하게 사람의 허영심이 붙었습니다.

“짧게부터 시작하고 있어.”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동료는 잘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혼자 싱거워졌습니다. 남들은 제 운동 시간에 생각만큼 엄격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자 짧은 걷기가 생활의 틈에 들어왔습니다. 상담한 범위에서 점심 뒤 조금 움직이고, 오래 앉아 있으면 일어나고, 저녁에 상태를 보며 나갔습니다. 모든 날의 길이가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쉬는 알림을 맞췄습니다. 처음 울렸을 때 저는 무심코 껐습니다. 두 번째에도 껐습니다. 알림을 만드는 사람이 알림을 가장 성실하게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배 과장이 화장실 가는 길에 저를 불렀습니다.

“물 뜨러 갈 건데 같이 일어날래?”

저는 의자를 밀었습니다. 거창한 건강 관리보다 동료의 물병이 제 엉덩이를 더 잘 움직였습니다.

한 번은 계획보다 오래 걸었습니다. 몸이 가벼운 것 같아 조금 더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피곤해져 벤치에 앉았습니다. 그제야 왜 천천히 늘리라고 했는지 알았습니다. 가는 길의 자신감은 돌아오는 길의 체력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 와서 기록에 ‘많이 걸음’ 대신 ‘돌아올 힘 남기기’라고 썼습니다.

아내가 보고 웃었습니다.

“운동 기록이 인생 상담 같네.”

“둘 다 체력이 필요하니까.”

저는 제법 그럴듯한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딸이 같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걷다가 돌멩이를 보고 멈췄고, 고양이를 보고 멈췄고, 아무 이유 없이도 멈췄습니다. 제 운동 기록은 형편없어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자꾸 시계를 봤습니다.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 누구 만나러 가?”

“아니.”

“그런데 왜 자꾸 늦었다고 해?”

저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우리는 고양이를 조금 더 봤습니다. 그날 걷기의 속도는 느렸지만 집에 와서 아이가 또 가자고 했습니다.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재미도 조금 들어가야 했습니다. 벌을 받듯이 매일 나가면 저는 언젠가 아주 설득력 있는 핑계를 만들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운동 기록 옆에 함께 간 사람도 적었습니다. 혼자, 아내, 딸. 숫자만 있던 칸에 얼굴이 생겼습니다.

걷기 외에 제 상태에 맞춰 안내받은 가벼운 근력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동작을 배우는데 제 팔다리가 왜 그렇게 조용히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코드에서는 반복문을 좋아했지만 몸으로 반복하는 일에는 금방 협상하고 싶어졌습니다. 횟수를 남에게 맞추지 않고, 배운 범위에서 쉬어 가며 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세운 두 시간짜리 작전은 서랍에 넣었습니다. 그 계획은 멋있었지만 오늘의 저를 자꾸 낙오자로 만들었습니다.

짧게 걷고 돌아온 날에도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작은 동그라미가 늘어나자 계획표가 조금 덜 비장해졌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전투라기보다, 다음 날 다시 문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드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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