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구내식당
식단 관리를 시작하자 점심시간이 갑자기 복잡해졌습니다.
식단 관리를 시작하자 점심시간이 갑자기 복잡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메뉴를 보고 맛있겠다고 생각하면 됐습니다. 이제는 양과 구성, 조리 방식까지 봤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영양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는 것이 조금 늘자 모르는 것도 함께 늘었습니다.
첫날에는 밥을 너무 적게 담았습니다. 먹지 않을수록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오후가 되자 집중이 잘 안 됐고 저녁에는 몹시 허기가 졌습니다. 저는 그날 기록을 들고 식사 상담을 다시 받았습니다.
상담자는 제가 먹은 것을 살펴보고 계획을 조정했습니다. 췌장과 혈당을 함께 관리하면서 필요한 영양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소화 상태와 체중 변화도 같이 봐야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빼는 일만 계획했고 채우는 일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는 접시를 벌주는 도구로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상담에서 정한 기준을 실제 메뉴에 어떻게 적용할지 물었고, 선택이 어려운 날의 대안도 정했습니다.
복부 지방을 줄이자는 말을 듣고도 단백질 반찬까지 한꺼번에 덜어 낸 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비운 식판이 좋은 식판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이제는 필요한 영양을 어떻게 채울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체중만 줄고 근육이 더 줄면 제 목표와 어긋날 수 있었습니다.
구내식당에서는 친구 같은 메뉴도 있었고 시험 같은 메뉴도 있었습니다. 제일 힘든 것은 냄새였습니다. 음식 이름은 눈으로 피할 수 있지만 냄새는 복도를 돌아서도 따라왔습니다.
동료들이 제 식판을 볼 때면 괜히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점심을 그만큼 보지 않았는데, 제 점심은 모두에게 평가받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배 과장이 물었습니다.
“그렇게 먹으면 배 안 고파?”
저는 잠깐 방어 자세를 취했습니다.
“양 정해서 먹는 거야.”
배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니, 부족하면 반찬 더 가져오라고.”
제 마음은 회의 중이었고 상대는 그냥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누가 묻는다고 모두 간섭으로 듣지는 않으려고 했습니다. 정말 불편한 말에는 짧게 선을 그었습니다. 설명하기 싫은 날에는 진료 때 정한 식사라고만 했습니다. 제 점심시간을 매일 공개 강연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한 번은 동료가 특별한 건강식을 추천했습니다. 비싸고 구하기 어렵고 후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고맙다고 하고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고맙다는 말이 구매 동의는 아니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배 과장과 잠깐 걸었습니다. 그는 자기 소화 불량 이야기를 했고 저는 검사 이야기를 조금 했습니다. 서로의 병명을 맞혀 주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에 갈 일은 병원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며 생각했습니다. 식단 관리란 제가 먹을 수 없는 것을 세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고를지,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지 미리 정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점심 한 끼에 배울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도 오후에 배가 편하고 일이 손에 잡히는 날이면, 그 복잡함이 조금은 값어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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