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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췌장아운동화

제9장

운동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화를 샀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화를 샀습니다.

기존 신발로도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 출발에는 배송 문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오랜 신념이었습니다. 회사 업무를 시작할 때 새 공책을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책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일을 시작합니다.

운동화가 도착하자 상자를 열고 한참 봤습니다. 가볍고 깨끗했습니다. 신발은 이미 준비가 끝났는데 주인은 아직 퇴근이 안 됐습니다.

그날도 퇴근 직전 수정 요청이 왔습니다. 한 군데만 고치면 된다는 요청이었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 그 말은 종종 저녁 약속을 다시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저는 먼저 예상 작업 시간을 확인하고 가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밤이 된 뒤 미안하다고 했을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딱 그 시간이 되자 소파가 평소보다 편했습니다. 날씨도 조금 애매했습니다. 바람이 불었고, 구름이 있었고, 바깥에는 어둠이 있었습니다. 모두 아주 정상적인 저녁 조건이었는데 저에게는 각각의 불참 사유가 됐습니다.

아내가 운동화를 현관 가운데 놓았습니다.

“걸려 넘어지겠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신고 나가.”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었습니다.

저는 상담한 범위 안에서 짧게 걷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루 몇 만 보를 걸었다는 이야기는 그날만큼은 잠시 덮었습니다. 제 출발선은 남의 인증 사진에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거울에 제 모습이 비쳤습니다. 새 운동화와 오래된 표정의 조합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건강 관리 전문가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 경력은 운동화 개봉 십 분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동네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몰랐던 빵집 냄새가 났습니다. 공원 가는 길에는 군것질할 곳이 세 군데나 있었습니다. 운동 코스가 유혹의 동선과 거의 같았습니다.

저는 목적지를 조금 바꿨습니다. 의지를 시험하는 길보다 그냥 걸을 수 있는 길을 골랐습니다. 매일 영웅처럼 버틸 자신은 없었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숨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몸 상태를 살피며 돌아올 지점을 정했습니다. 저는 휴대전화의 기록보다 제 몸의 반응을 먼저 보려고 했습니다. 불편함이 생기면 참고 밀어붙이지 말라는 말을 기억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물었습니다.

“어땠어?”

저는 신발을 벗으며 말했습니다.

“신발 값이 아깝지는 않을 것 같아.”

“그건 계속 신어 봐야 알지.”

아내는 아직 저를 믿는 데 신중했습니다. 합리적인 태도였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예전에 산 운동 도구가 몇 개 있었고, 그중 하나는 수건을 말리는 데 아주 훌륭하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새 운동화는 현관 안쪽이 아니라 문 가까이에 뒀습니다. 내일도 신기 쉽게 두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신발 끈을 미리 풀어 놨습니다. 의욕이 사라진 다음 날의 저를 위해, 의욕이 있는 오늘의 제가 해 둔 작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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