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다른 갈림길
경수 선배를 만난 뒤 저는 다음 진료 질문 목록 맨 위에 수술이라고 썼습니다.
경수 선배를 만난 뒤 저는 다음 진료 질문 목록 맨 위에 수술이라고 썼습니다.
글자 두 개가 종이에서 유난히 커 보였습니다. 인터넷에서 혼자 읽을 때는 수술이라는 단어가 항상 마지막 페이지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 페이지를 너무 자주 펼쳤습니다.
진료실에서 물었습니다.
“췌장염은 결국 췌장을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까?”
의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원인과 상태에 따라 치료가 다르고,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시경으로 해결할 문제가 있는지, 막힌 곳이나 합병증이 있는지, 약과 영양 관리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각각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수술에도 여러 방법이 있었습니다. 모두 전부 제거하는 수술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췌관의 압력을 줄이는 수술을 검토하고, 어떤 환자에게는 손상된 부분을 다루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는 제 상태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저는 질문 목록을 봤습니다. 하나의 무서운 문장으로 만들어 둔 길에 여러 갈림길이 생겼습니다.
“전부 제거하면 인슐린을 계속 써야 하는 건 맞죠?”
제가 물었습니다.
의사는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이 없어지면 지속적인 보충이 필요하고, 소화를 돕는 효소도 보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선별된 환자에서는 자기 췌도세포를 옮기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도, 인슐린이 필요 없어지는 것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더 묻기 전에 메모했습니다. 희망적인 단어도 무서운 단어도 혼자 키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될까요?”
결국 가장 묻고 싶었던 말이 나왔습니다.
의사는 지금 제 상태에서 할 일과 앞으로 관찰할 것을 설명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수술을 제 예정표처럼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좋으면서도 답답했습니다. 미래를 확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병원 밖에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설명을 좀 알아들은 것 같아.”
아내가 물었습니다.
“뭘 해야 하는데?”
저는 다음 진료와 치료 계획, 식사와 활동, 확인해야 할 증상을 말했습니다. 수술에 관한 긴 이야기를 듣고도 당장 할 일은 다시 평범한 목록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그거부터 하자.”
저는 주차권을 꺼냈습니다. 늘 마지막에 찾느라 주머니를 세 번 뒤졌는데 그날은 바로 나왔습니다. 아주 작은 일도 준비해 두면 쉬워졌습니다.
모든 미래를 미리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음 진료에 가져갈 질문은 제가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경수 선배에게 안부를 보냈습니다. 제 두려움을 설명해 달라고 하지 않고, 여행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선배는 숙소를 골랐다며 사진을 보내 줬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고 좋다고 답했습니다. 이번에는 환자가 아니라 여행을 앞둔 사람에게 하는 답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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