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인슐린 선배
경수 선배를 만난 것은 병원 진료가 끝난 오후였습니다.
경수 선배를 만난 것은 병원 진료가 끝난 오후였습니다.
선배는 예전에 같은 회사에 다니다 다른 곳으로 옮긴 사람이었습니다. 췌장 질환으로 큰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안부 연락을 했다가 시간이 맞아 근처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선배는 제가 생각한 환자의 모습과 달랐습니다. 가방을 메고 있었고, 내일 회의가 있다며 일정표를 봤습니다. 저는 그 평범한 행동을 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의 생활이 모두 멈춰 있었습니다.
선배는 심한 만성 췌장염으로 여러 치료를 거친 뒤 췌장을 전부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인슐린과 소화효소제를 사용하며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일하는 방식도 많이 조정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한참 듣다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회사도 계속 다니시는 거예요?”
선배는 제 얼굴을 보더니 웃었습니다.
“월급도 계속 필요하니까.”
그 말에 제가 웃지 못하자 선배가 덧붙였습니다.
“쉬운 건 아니야. 그런데 다 끝나는 것도 아니고.”
선배는 혈당을 살피고 식사와 약을 챙기는 일이 하루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안 되는 날도 있고, 일을 줄여야 하는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회복 속도와 가능한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자기 몸을 관리하는 물건들을 대단한 전시품처럼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방에서 필요한 것을 꺼냈습니다. 안경을 꺼내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연습이 많았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인슐린을 맞으면 일상생활을 거의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지금 사는 내 하루가 통째로 없어지잖아.”
저는 컵을 내려놨습니다. 제 공포 속에서 누군가의 실제 생활을 지워 버리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제가 지금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수술을 제 미래라고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같은 병명이 있다고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조금 걷다가 헤어졌습니다. 선배는 먼저 피곤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체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날은 필요한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봤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선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섭지 않았어?”
아내가 물었습니다.
“무서웠지. 그런데 다른 것도 보였어.”
선배는 다음 달 여행 일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동 시간과 식사, 진료 일정을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계획이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행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단어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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